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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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은 감상적인 사람이 아니었다. 죽음의 비통함이라든가, 삶의 소중함이라든가. 그런 추상적인 말들을 생각해보고 의미를 찾는 일을 하지 않았다.

 

 

 애초에 드문 일이 아니었다. 하루가 지나면 수백, 수천의 사람이 세계에서 죽어갈 것이고 기사를 검색해보면 주위의 알지 못할 사람들의 알 수 없는 죽음들이 사실만 나열하여 무감각하게 쓰여져 있었다.

 삶도 다를 것이 없었다. 몇 초마다 태어나는 것이 새로운 생명이었고, 간절하다싶이 여겨야할 새로운 경험을 가지지 못했다.

 

 연은

죽음을 그 글자 이상의 것으로 받아들이지 못했다.

삶 또한 그 문자 이상의 것으로 받아들이지 못했다.

 
 
 
 

...

 

 애빈이 ■■■.

 

 연의 옆자리에, 고개를 내리면 항상 보이던 아이가 이제는 없었다.

 연의 하굣길에, 옆에서 맴돌았던 기척이 이제는 없었다.

 

 연의 장소에, 곁에, 주위에

부재의 한점만이 놓여있었다.

 

 

ㅡ굳이.

 

 태어났기에 살았고 죽어야할 까닭이 없기에 죽지 않았다. 언제나 수평을 유지하던 두 개념의 한쪽에 무가치함 더해졌고, 연은

 

 비로소 죽음을 선택하지 않아야할 이유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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