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우에게 안녕, 잘 지내? 생일 편지가 아닌 편지를 쓰는 건 정말 오랜만이라서 어떻게 써야 할지 모르겠다. 너한테는 그마저도 쓰질 않았었으니까, 더 그렇기도 하고. 나는 자주 잘 지내고, 가끔 못 지내고 있어. 너는 벌써 거짓말을 한다고 생각하려나. 하루하루가 정말 바쁘기는 해. 잠잘 시간도 부족하고, 사실 잠을 잘 자리도 부족한 것 같아. 어쩌면 이렇게 편지를 쓰는 일도 사치일 지도 모르겠다. 사람들에게 잘 보이지 않는 자리를 찾아서 자리를 잡고, 펜을 들어서 문장을 적는 일도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일이라는 게 참 새삼스러워. 얼마 전에 말이야, 내가 가끔 편지를 쓴다는 걸 눈치챈 엄마가 나한테 작은 함 하나를 선물해 주셨어. 어떻게 보아도 간이 보석함 안쪽을 긁어낸 것 같은데, 우연히 찾은 거라며..